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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사필

Dansaphil

저승의 행정 체계가 근대화 되면서, 명부를 작성하는 사자(使者)들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펜(斷死筆). 개미의 형상으로 만들어 진 그것들은 몸 속에 피 대신 흐르는 잉크로 명부에 이름을 작성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 반복되는 작업에 질려 이승으로 내려 온 단사필(斷事必). 그것은 오늘도 자유를 찾아 떠난다.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 어느 순간 나타난 선물 같은 작은 친구는, 내가 글을 쓰는 일을 온힘을 다해 도와주었다. 아무도 응원해 주지 않고, 가족조차 실패할 것이라 단언했던 꿈을 누군가가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 친구는 늘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원고를 고쳐 주었고, 그 누구도 읽지 않았던 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했지만, 그 사실을 말로 확인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펜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책상 위에 남아 있었다.

-작가 D씨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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